오오이 마사카즈(大井昌和) / 2007년 7월 24일 발매.
집 안에 쌓인 만화책 3000권을 넘어선 게 벌써 4년 전, 그 이후로는 무서워서 다시 못세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이 사봤으면 책을 사는데 요령이 생길만도 한데, 여전히 멍청하게 '서툰 포수도 많이 쏘면 맞는다.'라는 확률에 의존하는 건 문제가 있는거죠. 아, 물론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는 건 아닙니다만, 결국 확실한 기준이 안 서있으기 때문에 공간과 자금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거겠죠.
어쨌든 이 작품은 서툰 포수가 운좋게 맞췄다고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로리나 로리 체형의 성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만화만 줄창 그려대던 만화가 오오이 마사카즈의 조금 색다른 SF입니다.(슬쩍 위키를 찾아보니 부인도 만화가고, 장인도 만화가더군요.)
인류의 생활권이 지구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할 무렵의 이야기로, 달에 정착해 살기 시작한 사람들이 지구로 부터 기계들을 가져오는 데 천문학적 비용을 착취당하자, 기계적 노동을 생물에 맡기기로 하고, 그 중에서도 에너지 운동 변환 효율이 높으며, 성장이 빠르고, 유전자 개량이 용이한 '벌레'를 소체로 해 새로운 노동생물을 만들어 낸 달의 도시가 배경입니다.
이것들은 ANT(Artificial Neo Thing)이라 불리우며 달의 도시에서 교통, 토목, 식용 등으로 널리 쓰이고 있죠.
이를 관리하는 '여왕개미'라 불리는 수수께끼의 여성과 지구로부터 달로 이주한 여경이 주인공입니다. 위의 표지에도 나와 있듯이 말이죠.
작가가 말하기를 총 3권에 걸쳐 '월인(달에 사는 사람을 칭하는 말)', '지구인', '화성', '생명',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고 하는데.... 책 띠에는 [팬티! 벌레! 팬티! 벌레 엉덩이♥ 벌레!! 팬티! 벌레! 엉덩이♥]라고 써있으니 작가의 포부가 어쨌든 그 쪽으로 눈이 가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주인공 둘 다 물론 바리바리 로우컷의 팬티만 입고 다니지만, 흐름에 편승해 슬쩍 모에라든가 그와 유사한 으으음.... 그 "우호~!" 하는 삘링이 오는 기호들을 넣은 게 아니라, 이런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습니다. 액션씬도 속도감과 박진감이 있고, 이야기의 전개도 무리가 없이 매끄럽습니다.
단순히 벌레 뿐만이 아니라, 달에 사는 사람들이 이룬 사회나, 그 외에 정보나 해킹에 관한 묘사도 자신의 색을 입혀 꽤나 맛깔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표지의 왼쪽에 있는 여왕개미가 들고 있는 빔 샤벨 비슷한 물건의 손잡이는 자세히 보면 일회용 라이터처럼 생겼는데, 담배나 이런 소품들을 그냥 폼으로 쓰는 게 아니라 실제 작품 내에서도 유효하게 활용하는 점도 그렇고 중간에 들어간 벌레 이름들을 유명한 슈팅 게임 제목(트윈비나 레이언트 실버건)에서 빌려온 부분들도 눈에 띄는군요. 그 외에는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제절초 사건'이라든가. 유치하다면 유치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런 부분에 저는 묘하게 친근감을 느끼게 되더군요.
뭔가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경우, 그 세계관에 사로잡혀 정작 중요한 이야기가 지지부진 해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가는 스스로 언급한 것 처럼 테마를 확실히 잡고 독특한 세계관을 무대장치로서 적절하게 잘 활용하고 있는 점에 특히 주목하고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전개도 빠른데가 상황이 반전되는 템포도 좋아서 꽤나 만족스러웠던 1권이었고,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이 두 사람 다 KO상태로 끝난지라 다음 권도 기다려집니다.
가끔씩 이런 작품 찾는 맛에 서툰 포수 같은 삽질을 해왔지만, 슬슬 좀 더 신중하게 골라야 겠습니다. 굳이 만화에 국한 된 게 아니라 세상에 봐두어야 할 좋은 작품은 많고 시간과 돈과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